초등학교 2학년때.
그러니까 내가 9살때의 이야기이다.
1학년이 되면 글의 읽기와 간단한 쓰기를 배우고 2학년이 되면 기본을 다지는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쳤던걸로 기억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때는 '국민학교' 2학년이었다.
당시 나를 괴롭히는건 바로 '단어 쓰기'.
집에서 피눈물 나는 훈련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에 글씨 쓰는법을 지겹도록(이라고 쓰고 '맞아죽도록'이라고 읽는다) 해왔던 나는 의미없고 반복된 단어 쓰기가 너무도 지겨웠다.
비겁한 변명이 길어진다.
그렇다. 나는 악필이다.
2학년인 당시 담임 선생님이 '서예'(전공이셨는지 취미셨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이셨다.
덕분에 친구 한놈과 나는 방과후에 따로 남아 글씨 연습을 해야만 했다.
내 인생의 최고의 글씨를 1년내내 써 내려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친구는 언제나 최악의 글씨체를 자랑했다.
1년이 지나고 담임이 바뀌었을 때에는 조금더 심각한 필체를 보여줬고, 날로 그 정도가 심해져 스무살때에는 '상형문자 이용자'라는 명칭을 얻기도 했다.
2학년이던 당시 나는 처음으로 키보드를 잡고 컴퓨터를 만져봤다.
컴퓨터가 주던 매력은 다름아닌 '더 이상 연필을 잡지 않아도 된다' 라는 점과 '손쉽게 깔끔한 글씨체의 결과물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타이핑 속도는 광속으로 증가했고 그당시부터 지금까지 쭉 400여타를 유지한다.
이 수치는 측정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한 일종의 '게임치'인 나의 문제로 필요에 의한 타이핑은 800타까지도(물론 내 기분상) 나오는 것이 키보드를 손에 든 내 타이핑이다.
초등학교 2학년때 시작한 타이핑은 15년 정도 이어져 왔고, 2007년 지금에 이르러는 손글씨보다 편하게 되었다.
중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내 글을 모아보기 시작했다.
내 의사를 담은 글은 초등학교때 '일기'로 부터 시작되지만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진한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때 써 내려간 잡담들이 1년정도 모아보면 대략 디스켓 한장분량은 채워낸다.
판타지 소설 10권은 조금 넘는 분량을 떠들었고, 옥석을 가리기 힘들만큼 난장판이었다.;;
물론 덕분에 연습은 많이 되었지만......
고등학교때는 손으로 글을 써 보려 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머리속에서 쏟아지는 생각을 글로 옮겨 내는데에는 내 손글씨는 너무도 느리고, 판독이 느리며, 결과물이 예쁘지 않았다.
키보드로 글을 쓰면 내용이나 문장구조 따위는 잊어버리고 터져 나오는 물고를 그져 '틀어'놓으면 되는데 반해 손글씨를 쓰면 커다른 댐을 쌓고 수도꼭지로 졸졸졸 흘려 보내는 격이랄까?
같은 시간이 지나면 터놓은 물길은 이래저래 양만 많은 글들의 호수를 이루고
수도꼭지를 열어놓은 댐쪽에서는 옹달샘이 생기기도 전에 흐른 물이 말라버린다.
내가 손으로 일기를 쓰고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일이 거의 없는 이유.
까망노트 그리고 낡은 연필 / im-u130 + 사기성의 포토샵 + 사무실에서 맞은 아침의 좋은 햇살
내 가방에는 항상 펜과 메모할 무언가가 들어있다.
적어도 나는 그런 환경을 갖추려고 한다.
이유는 펜과 종이를 휴대하는것이 3가지나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
우선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것 보다 기록과 보존에 있어 유리한점이 있다.
메모할 거리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당장 길거리에서 노트북을 켜고... 혹은 핸드폰 메뉴를 열어서..?
가방에서 종이와 연필 혹은 펜을 꺼내 슥슥 써내려 가는것 보다는 훨씬 느리지 않은가?
게다가 엉성한 삽화까지 끼워넣게 되면 종이와 펜이 주는 위력은 더더욱 강해진다.
PDA로 대체하려고 해 봤지만 종이를 보존하는것과 PDA의 데이터를 보존하는것.
휴대중에 더 안전하게 보존될 확률이 높은건 아무래도 디지털 데이터보다는 종이였다.
둘째로는 키보드와 비교할수 없는 자유도에 있다.
컴퓨터로 글을 쓰다가 사진 편집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려면?
블로그를 열어놓다 포토샵을 실행하던지 마우스를 부여잡고 뭐든 난리를 쳐 봐야한다.
종이와 연필이라면 글을 쓰다 그저 끄적이는걸로 생각을 이어갈수 있다.
즉 글의 진행을 위한 사고의 연속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필기감'이라는 측면이 있다.
물론 나는 키보드로 타이핑 할때의 '타이핑감'이라는 것도 중시하는 편이다.
타이핑감이 불편한 노트북이나 키보드를 쓰게 되면 참다 참다 편한 환경으로 바꾼다.
10년이 넘게 손목을 혹사시키며 타이핑 했는데, 그정도 혹사시켰으면 이제 약간의 '호강'은 부리게 해줄때가 되지 않았을까?
키보드에서 '감'을 따지는건 손목을 위한다는 핑계라도 있지만.....!
악필이 말하는 '필기감'은 그저 사치에 불과하다.
나는 글씨는 못쓰지만 필기감이 좋은건 좋아한다.
연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고, 적당한 무게와 잡는느낌이 좋은 필기구를 좋아한다.
흑연이 종이에 묻어나고, 잉크가 뿌려지는 그 순간에 나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그렇게 나는 키보드와 종이노트 그리고 연필로 머릿속을 비워낸다.
이런 식으로 오늘의 포스팅도 종이에 적힌 작은 키워드 하나로 시작해 키보드를 거쳐 나오게 되었고
괜스례 옆에 연필을 만지작 하며 '연필 냄새'에 감격한다.